재미있니?"<br>마리아의 물음에 데온이 고개를 갸웃했다.<br>무언가를 재미있게 여기는 게 어떤 기분인지 알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.<br>데온은 지금까지 살면서 흥미를 가졌던 일이 아무것도 없었다.<br>굳이 그런 걸 가지고 있지 않아도 그는 무엇이든 괄목할 만한 성과를 냈고, 이 아그리체에서는 그것만으로 충분했다.<br>"딱히."<br>잠깐 생각하던 데온이 마침내 짤막하게 대꾸했다.<br>삭막한 어투와 내용이었지만 어쨌거나 외양만큼은 몹시도 깜찍한 아이가 의문을 표하며 고개를 갸웃거리는 모습은 귀여움을 일곱 배 정도 더 증가시켰다.<br>마리아는 그 모습을 보고 더 애가 달아, 발에 날개를 단 듯이 걸음을 서둘렀다.<br>이내 그들이 도착한 곳은 마리아의 인형 놀이 방이었다.<br>"자, 오늘은 이걸 입어 볼까? 특별 제작한 레이스 멜빵바지란다. 여기에 달린 리본이 참 귀엽지?"<br>마리아가 잔뜩 신나서 데온에게 들이민 것은 아기자기한 유아용 의상들이었다.<br>"응? 이거 아직도 들고 있었니? 이리 줘, 치우게."<br>그때, 문득 마리아가 데온의 손에 들린 책을 발견했다.<br>여기까지 오는 동안 아직도 손에 든 책을 놓지 않고 있었다는 사실을 데온의 얼굴에 정신이 팔린 마리아도, 그리고 책을 가지고 있는 데온 스스로도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.<br>데온의 시선이 마리아가 소파에 아무렇게나 던진 책에 따라 붙었다.<br>하지만 그것은 정말 짧은 순간이었다.<br>마리아는 데온에게 본격적으로 옷을 갈아입히기 시작했고, 그러는 동안 데온은 책에 잠깐 머물렀던 시선을 뗐다.<br>"어머나. 잘 어울린다, 데온! 이번에 아실한테 선물한 옷이랑 리본 색만 다른데 어쩜 예쁘기도 하지! 다음 교육 시간에는 꼭 이걸 입고 가렴! 돌아올 때 아실하고 사이좋게 손을 붙잡고 오면 더 좋고."<br>당연히 터무니없는 바람이었다.<br>데온은 그녀의 야무진 꿈을 이루어 줄 마음이 눈곱만큼도 없었으니까.<br>하지만 지금 그런 얘기를 해 봤자 마리아의 귀에는 닿지 않을 것이 뻔했기에, 데온은 그냥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.<br>"이것도 어떤지 한번 입어 보자! 사나한테 줄 선물인데 칼라에 달린 토끼 귀하고 등 쪽의 날개가 영 모양이 안 산단 말이지. 아무래도 내가 손을 좀 봐야겠어."<br>나중에는 급기야 나풀거리는 드레스까지 등장했다.<br>이건 데온이 아니라 아실의 여동생인 록사나를 위해 준비한 것이었다.<br>아직 가재봉 상태여서 크기를 얼마든지 줄일 수 있기에 먼저 가까이에 있는 또래 아이인 데온에게 시험 삼아 한번 입혀 보고 세부적인 부분을 꼼꼼히 수정해 고칠 생각이었다.<br>원래 마리아의 취미는 이런저런 예쁜 옷과 구두, 또 장신구들을 사서 시에라에게 선물하는 것이었다.<br>시에라는 정말이지 마리아의 미적 취향에 완벽하게 들어맞는 외양을 하고 있어서 꾸며 주는 보람이 있었다.<br>시에라를 닮은 아실과 록사나도 당연히 마리아의 욕구를 자극하는 훌륭한 피사체들이었다.<br>그러다 보니 어느새 마리아는 사용인들에게 시켜 그녀의 취향을 집약한 의상을 직접 제작하는 단계에까지 이르러 있었다.<br>그렇게 인형처럼 옷 갈아입히기를 당하는 동안 데온은 아무 저항도 하지 않았다.<br>마리아가 그에게 입히는 게 여자아이의 옷이라는 사실을 알았지만 별로 상관없었다.<br>기분이 나쁘지도 않았고, 좋지도 않았다.<br>데온의 마음은 마리아가 뭘 하든, 티끌만큼의 변화도 없이 그저 여느 때처럼 무감각하기만 했다.<br>"시에라의 딸 말이야. 볼 때마다 어찌나 귀여운지. 난 정말, 태어나서 그렇게 깜찍하고 예쁜 애는 처음 봤잖니."<br>마리아가 혼자서 재잘거리는 소리가 여느 때처럼 조용한 방 안에 울렸다.<br>"휴우. 그런데 요즘 낯가림을 하는지 좀처럼 내 옆에 오려고 하지를 않아서 아쉬워. 아실은 안 그랬는데 말이야."<br>그녀의 말을 듣고 데온도 머릿속에 아실과 록사나를 떠올렸다.<br>이복형제들은 더 있었지만 마리아의 입으로 자주 듣는 것은 단연코 그 두 사람이었다.<br>그들을 생각하면 햇빛에 반짝이며 흔들리는 물결 같은 금빛 머리칼이 제일 먼저 떠올랐다.<br>몇 년 전부터 마리아가 노리고 있는 록사나는 데온과 교육받는 내용이나 수준이 달라서 평소에 마주칠 일이 없었다.<br>사실 수준 차이가 나는 것은 아실도 마찬가지였지만 그래도 열 살 이상의 아이들끼리는 겹치는 수업이 많아져서 그런지 비슷한 교육을 받고 있었다.<br>그래서 정말 한 달에 한 번꼴로 우연히 멀리서 지나가다 마주치는 록사나와 달리, 아실과는 일주일에 두세 번 정도 꼬박꼬박 얼굴을 보곤 했다.<br>그래 봤자 그들이 별다른 교류를 하는 건 아니었지만 말이다.<br>"내가 꼭 해 보고 싶은 게 있는데, 시에라하고 아실하고 사나한테 똑같은 옷을 입혀서 셋이 나란히 세워 두는 거야. 정말 예쁘고 귀엽겠지? 상상만 해도 너무 환상적일 것 같지 않아?" ...
การแปล กรุณารอสักครู่..
